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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포샵시대의 '사진관'(思眞館)

이발소, 목욕탕 그리고 사진관. 간혹 있긴 하지만, 이제는 대체로 아스라이 사라져간 지난 시절의 정겨움이 담긴 간판들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발소는 헤어 디자인, 목욕탕은 사우나, 그리고 사진관은 포토 캘러리 등의 단어로 포장돼 그 겉모습도 바뀌었다. 그러고 보면, 이발소와 목욕탕 그리고 사진관은 하나의 묶음이기도 했다. 머리 깎고 목욕하고 사진관에 가서들 한방 박았으니 말이다.

가족사진 하나 찍는 것이 행사처럼 여겨졌던 날들이 있었다. 그건 그 시대의 성장기록이었고 풍경화이기도 했다. 흑백사진들 속에 남은 식구들의 표정은 시간이 어떻게 우리를 만들어왔는지를 알게 하는 인증서이자, 한없는 그리움이 된다. 거기에는 이젠 어른이 된 아기가 방긋 웃고 있고, 노년의 쓸쓸한 나무가 된 부모님의 젊은 시대가 한편의 소설처럼 펼쳐져 있다. 예전의 한옥 마루 벽에는 그런 사진들이 줄줄이 걸려 있기도 했으니 집은 역사와 더불어 살고 있었던 게다.

가회동 한옥 마을 쪽에 '사진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작은 찻집이 있다. 차라고 하면 우리 차를 떠올릴 성 싶지만, 가히 코스모폴리탄 찻집이다. 서양차의 종류가 이리도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우리 전통가옥과 허브 차의 조합은 대조의 미학을 일깨운다. 그 안에 들어서면 흑백사진 시절에 사용했던 암실 기구가 가구처럼 놓여 있다. 주인은 젊은 사진작가이고, 이들 부부는 여기서 결혼식을 했다는데 알고 보니 사진작가가 30년을 넘게 살았던 고택(古宅)이다. 어릴 때에는, 서양식 빌라가 부러워 그 집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는데 이제는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무언가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까지는 언제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가 보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 골목이다. 그리로 메밀묵과 찰떡을 팔던 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밤의 낭만을 즐길 수 있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문을 나서니 간판이 새롭다. 주인의 부친이 직접 쓰신 현판이라고 하는데 글자가 절묘하고 쓰인 한자 역시 깊다. 생각 사(思)에 참 진(眞), 진실을 생각하며 살라는 뜻일 테니, 사진에 화장을 입혀 얼굴을 재건축하는 '포샵 시대'에 '사진관(思眞館)'이라는 이름은 잠언처럼 들린다. 진실의 앵글을 맞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은 그리 흔치 않은 터에, 사실 누구나 다 '思眞館'이라는 간판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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