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시작하자 다양한 방이 나타난다. 10대 아이가 친구와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방으로 형상화됐다. 게임 참가자는 아이의 엄마가 돼 방을 돌아다니며 자녀의 마음을 읽고 우울증을 덜어주는 미션을 수행한다.
서울과학기술원, 카이스트 등의 학생이 모인 팀 '덤덤'이 만든 어드벤처 게임 '리틀 마스크'다.
덤덤은 이 게임으로 '2012 이매진컵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청소년이 접하는 사회 문제를 보여주면서 가족의 관심과 사회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착한 게임'이다.
플레이를 하면서 청소년 시기의 감정과 문제를 느낄 수 있어 자녀와 진솔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엄마 외 친구를 게임 캐릭터로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달 29·30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인천대에서는 오는 7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되는 세계 이매진컵 대회에 출전할 한국 대표팀 선발대회가 열렸다.
이매진컵 경쟁 8개 부문 가운데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과 윈도폰 챌린지 부문에서 개별 작품을 소개했다. 덤덤이 참가한 윈도폰 챌린지는 MS 휴대전화인 윈도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앱이 자웅을 가리는 장이다.
고등학생들이 만든 우울증 치료 앱도 관심을 모았다.
인천과학고 학생들로 구성된 에코팀은 가상의 대화 상대가 '마음의 상처를 고치는 천사' 역할을 하는 모바일 채팅 앱을 선보였다.
이들 두 팀은 젊은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앤드류 파슨스 MS 기술 에반젤리스트(전도사)는 "게임으로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게임이 소개됐다.
경북대, 영남대 등 학생들이 모인 모로모로팀은 슈퍼마리오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가 장애물을 넘고 달리며 분리수거, 수인성 질병, 말라리아 등 지구촌 난제를 해결하는 미니게임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이번 선발전에서 윈도폰 부문 3위에 올랐다.
충북대 학생이 모인 안지니어팀은 게임 캐릭터가 아프리카 한 마을의 추장으로 변신, 구호물품을 전달하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였다.
파슨스 기술 전도사는 "올해 이매진컵에만 이같은 공익성 게임이 75개국 700여개 나왔다. 매년 이같은 규모라면 게임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 학생은 "처음엔 수상이 목적이었는데 차츰 내 작품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참가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뜻깊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이매진컵은 2003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전세계 16세 이상 학생들이 경쟁한다. 지난해에는 183개국 35만명이 참가했다. 이번 선발전에서 SW 디자인 부문 1위를 차지한 렛잇비팀이 호주 본선 티켓을 확보했으며 윈도폰 부문을 포함한 게임디자인, IT 챌린지 등 나머지 7개 부문은 다음달까지 온라인 경선을 통해 최종 진출팀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