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진행자가 "시청역 앞에서 오버하고 지랄하는 노친네들을 다스리는 법"을 물었다. 같은 공동 진행자였던 김용민씨가 거침없이 대답한다. "지하철 시청역 같은 데는 한 4층 정도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엘리베이터 다 없애고, 그러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청을 안 오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로 나섰다. 당의 전략공천에 의해서다.
며칠 전까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의 과거 언행이 드러나면서 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를 옹호하던 이들 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이 금기(禁忌)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의 막말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유영철(연쇄 살인범)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즈펠드, 라이스(여성 국무장관)는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예요." 이쯤되면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교회는 척결 대상"이라고 한 발언은 애교에 가깝다.
일부 인사들은 그런 줄 모르고 그를 감싸기도 했다. "김용민 후보는 현 우리 시대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발달해 나갈 것인가를 잘 포착하고 있는 사람"(서울대 조국 교수), "사위를 삼아도 될 만큼 믿을만한 사람"(소설가 공지영씨)이라고 했다. 이들도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김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며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만 "김용민 후보를 믿는다"고 트위터에 썼다. 동병상련이랄까.
설화(舌禍)로 치명상을 입은 이가 적지 않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했던 강용석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쫓겨났다. 한 마디 때문에 외톨이 신세가 됐다. "여자는 구멍이 하나 더 있다"고 한 석호익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이 취소됐다. 독일에서는 과거 유대인 문제에 대한 발언이 뒤늦게 밝혀져 사퇴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오래 전의 일이라도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논리다.
김 후보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사태가 심상찮다. 국무총리를 지낸 같은 당 이해찬 세종시 후보는 "이 일은 당의 도덕적 품위의 문제다. 사과하는 수준 갖고 안 된다면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 후보 본인이 사퇴하지 않겠다면 그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선 더 이상 후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등 명쾌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김 후보와 당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에 한명숙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도 "김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 몫"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어떤 심판을 할까.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