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투쟁으로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극물인 청산가리(시안화 칼륨)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보고서를 인용,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독살설이 사실로 판명됐으며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첫 공식 보고서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중앙 정부의 수사를 중심으로 한 이 보고서 내용에 따라 구카이라이는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헤이우드는 보 전서기의 부패 사건과 관련해 핵심 열쇠를 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헤이우드의 독극물 피살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있다. 이 보고서는 왕리쥔이 미국 외교관들에게 건넨 경찰 파일의 내용을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왕리쥔은 헤이우드 시신 발견과 영국 정부의 공식 사망 발표 사이 36시간 내 구카이라이의 개입 증거를 찾아냈다. 이런 가운데 헤이우드의 시체는 공식 검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망 직후 화장됐다.

그는 이와 함께 헤이우드 피살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조용히 수사하면서 증거물 발견 사실을 3개월 간 함구했다. 그러나 증거물을 통해 구카이라이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간 분열로 이어졌다.

왕리쥔이 구카이라이의 개입을 알려주는 증거물 발견 사실을 전하자 보 전 서기는 격분했다.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청두(成都)의 미국 영사관으로 피신했다. 미 영사관을 안전 지대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영사관 측은 피신처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왕리쥔은 현재 중앙당 감찰 기구의 엄중한 감찰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매체 둬웨이(多維)는 "보 전 서기가 부패문제와 형사사건, 중앙 정부에 도전하는 1인 독재주의 등의 죄목에 연루돼 있다"며 "그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 사형 선고까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