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각종 정치인들의 말말말로 탈도 많았다. 앞뒤 맥락 없이 한두 문장만으로 말의 의도를 판단받기에 오해도 많고 논란도 많았다.
정치인의 말을 닮은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140자 단문 소통의 분출구 트위터다. 밑도 끝도 없이 올라오는 짧은 메시지에 사람들이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한다. 다른 사람의 순간적인 말, 단문들. 과연 우리는 타인의 말을 알아듣고 소통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할 때가 많은데.
"트위터 메시지를 번역한다고요? 힘들어요, 그런 단문은." 베테랑 번역가 김우열(38)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번역할 때도 챕터 앞장에 뜬금없이 나온 짧은 명언이나 인용구가 한페이지 번역보다 어렵거든요. 맥락 없이 들어와있기 때문이죠."
김우열씨는 '시크릿', '몰입의 재발견' 등 주요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놓인 유명 자기계발서·사회과학서적에서부터 '몰타의 매'와 같은 고전 추리소설까지 다방면을 섭렵한 번역가다. 2008년에는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라는 입문서를 내 일반인들에 대한 올바른 번역일 알리기에 힘썼다.
치열하게 타인의 말과 글을 붙들고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만, 단문 소통은 까다롭다고 했다.
맥락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번역가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에요. 저자가 책에 쓴 것 외엔 얻을 수 없어요. 배경지식을 동원했는데도 이해하기 어려우면 다른 책을 찾아봐요. 어떤 작가도 완전히 명확한 글만 쓸 수는 없으니까요."
말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을 땐 앞뒤 맥락을 살펴서 말의 의도를 유추해야 한다. 그런데도 미심쩍으면 저자에게 직접 연락해 물어보기도 한다.
그는 원작을 독자에게 올바로 알리려면 번역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은 자기 문장을 쓰는 일이 아니에요. 저자 말을 옮기는 것이니까요. 책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저자가 하지 않았을 법한 말을 할 수는 없어요. 자기를 많이 억눌러야 하는 일이죠."
마지막으로 번역 잘하는 법을 물었다.
"번역자가 책을 더 좋게 하긴 어렵지만 책을 망치긴 쉬워요. 게을러서 숙어나 관용구를 그냥 넘어가면 오역이 생겨요. 맥락 읽는 연습을 많이 하고 번역하다가 이야기 흐름이 이상하다 싶으면 자기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고 점검해봐야 해요." 저자를 'SNS 메시지', 번역을 '소통 노력'으로 바꾸면 번역가 김우열의 노하우가 'SNS 시대의 오해와 불통을 푸는 비결'을 알려 주는 듯했다./김현정기자 hiki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