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겠다."
60년 전 세계은행의 차관을 받던 최빈국 출신 소년이 직원 9000명의 거대 국제기구 수장에 올라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자리 문제 해결사로 나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계은행의 개혁도 책임진다.
김용(52) 다트머스대 총장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 차기 총재로 선임됐다.
세계은행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총장이 이날 열린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경쟁자였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누르고 차기 총재로 선택받았다고 발표했다. 은행 설립 66년 만에 첫 아시아계 총재가 탄생한 셈이다. 김 총장은 다음달 중순 열리는 세계은행 총회에서 정식 총재로 선임돼 오는 7월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세계은행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이른바 '경청 투어'를 위해 페루 리마에 머물고 있는 김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방문했던 국가들마다, 민간부문이 성장해 일자리가 창출됐으면 하는 바람들을 들었다"며 "시장주의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일자리를 늘리고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개발 분야 전문가인 김 총장보다 나은 적임자는 없다"며 "김 총장이 개발이슈에 관한 심오한 지식,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 복잡한 도전에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능력 등을 세계은행에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7월부터 5년 임기 시작
김 총재의 취임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2580억 달러를 각국에 지원했던 세계은행은 66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재는 이미 11일 성명에서 "세계은행 조직에 대한 개혁을 통해 세계은행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여러 대륙에서 일한 덕택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세계은행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5세때 미국으로 건너간 김 총재는 20여 년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중남미 등의 빈민 지역에서 의료 구호 활동에 매진해 빈곤 해결 문제의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깜짝 카드'로 불리는 김용 체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계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결정적인 '결함'으로 꼽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존 맥과이어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금융 전문가중 개도국의 의료구호 및 경제개발 사업 참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거의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 등으로 쌓은 그의 현장 경험이 세계은행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