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치 리스크'와 재정긴축,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수습 기대와는 달리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재정 긴축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견으로, 독일은 제조업 경기가 크게 나빠지는 등 경기 둔화세로 유럽 강국 세 나라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10년 간 국채 수익률이 '위험수위'인 6%에 이른 스페인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제 끝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는 긴축을 골자로 하는 유럽연합(EU)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 달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치를 결선 투표에서도 올랑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유로존 위기 극복 방안으로 각 국가들에 재정긴축을 요구해 온 '메르코지(메르켈 -사르코지) 동맹'는 무너진다. 유로존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웃 네덜란드도 연간 150억 유로(약 22조5000억원) 가량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견을 보이며 내각이 총사퇴를 선언하는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유럽의 최대 성장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제조업 경기가 크게 악화했다.
독일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으로 전월의 48.4에서 또다시 떨어졌다. 지난 2009년 7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독일이 유럽 위기의 보루가 돼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격이다.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시장 예상 69.6에 못 미친 69.2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는 저조하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럽 경제마저 흔들리면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펀더멘털이 갑자기 나빠졌다기보다는 정치 불안에 따른 심리적 측면의 불안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 여건은 안팎으로 좋지 않다. 반면 정치권의 복지 공약과 고령화로 인한 비용 증가 등 씀씀이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나친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를 감안해 대응 여력을 가지려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성장, 고물가, 고령화 시대에 맞는 경제의 안정성 관리와 함께 성장과 복지 등 미래에 대비하는 유연한 거시경제운용이 필요하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