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일부 국가에 복지 축소와 민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국가 부도를 당한 그리스는 이 바람의 중심에 서 있다.
우선 복지 축소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금 생활자들이 속출한다거나 국가의 지원 부족으로 문을 닫는 각 급 학교들이 매일 생기는 현실에서 잘 알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 역시 다르지 않다. 34개의 지방 공항과 12개 항만을 비롯해 철도, 국영 복권 회사 등 돈 되는 공기업들은 모두 민영화 대상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학교, 경찰, 군대, 행정부까지 민영화되지 않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그리스인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답은 복지 축소나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지나친 복지와 공기업화가 국가 부도의 원인을 일부 제공하기는 했으나 결정적 암 덩어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그리스가 국가 부도의 나락으로 떨어진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역시 국가 경쟁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그리스는 일단 국민성이 근면과는 거리가 멀다.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낮잠을 자야 한다. 산업 경쟁력도 엉망에 가깝다. 요즘 한참 뜨는 웰빙 식품인 올리브의 최다 생산국 중 하나이나 정제할 능력이 없어 대부분을 이탈리아에 수출한다. 길거리의 자동차는 아예 전부 외국에서 수입해 굴린다. 근본적 처방을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지 않나 싶다.
그리스와 비슷한 꼴을 당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보다는 다소 사정이 나으나 국가 경쟁력에서는 별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이들은 하나 같이 부자 감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하는 국가들이다.
독일의 케이스를 봐도 위기에 대응하는 슬기로운 대처법은 나온다. 통일 이후 찾아온 경제 위기를 복지 축소라는 단순한 방법보다는 경제 체질을 확 바꾸는 국가 경쟁력 강화 계획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더구나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독일의 부자들 중에는 워런 버핏처럼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다소 정신 나간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구태여 복지 축소를 운운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독일의 케이스는 이처럼 그리스 등의 위기 탈출 해법이 번지수가 한참 잘못 됐다는 사실을 확실히 말해주지 않나 싶다. 당장은 달콤한 민영화라는 것이 전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고 해야 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