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 권세는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권세가 높다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것이 역사의, 인생의 이치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그것을 실감한다. 10년은 고사하고, 5년도 못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부나비처럼 권력을 좇곤 한다. 역대 권력이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권은 어느 정권보다 깨끗한 정권임을 내세웠다. "이번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이라도 남겨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확대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흑점은 커녕 대형 악재로 정권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임기말 대형 게이트가 줄줄이 터지면서 전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 한복판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있다. 둘다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사람들이다.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최 전 위원장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늘 영장실질심사는 받는다.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3차례에 걸쳐 모두 8억 원을 받은 혐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는 민원성 청탁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차관도 이번에는 법망을 피해가기 어려울 듯하다. 이미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혐의사실도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그는 2005년 서울시 정무국장을 할 때부터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알고 지냈다고 한다. 2004년 서초구에 사업을 신청한 파이시티측은 인허가에 2년쯤 걸릴 것으로 보고 박 전 차관 등에게 로비를 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10억원이 넘게 오갔다는 것.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은 6인회. 이명박, 최시중, 이상득, 박희태, 이재오, 김덕룡이 그 멤버다. 이 가운데 최 전 의원장 등 3명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영일대군' '상왕(上王)'으로 불리며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이상득 의원은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 사건 브로커인 이동율씨의 비망록에도 이름이 올라 있어 불똥이 언제 어떻게 튈 지 모른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으로 물러났다. 이재오 의원은 겨우 19대 원내 입성에 성공해 비주류의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의 몰락은 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진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 따로 없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