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가 가택연금에서 탈출해 미국 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소재 인권단체 '차이나 에이드'는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40)이 베이징에 있는 미국 관리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그의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천변호사는 이미 미국 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3~4일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묘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양국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전략대화는 미국 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이 참석하기로 돼 있다. 중국에서는 왕치산 부총리와 다이빙궈 국무위원 등이 참여한다. 양국간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권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게 됐다. 인권문제에 관한한 약점을 가진 중국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주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셈이다.
양국 간에는 이밖에도 위안화 절상과 첨단기술 수출, 남중국해 영해분쟁, 북한 3차 핵실험, 이란과 시리아 문제 등 과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양국이 천 변호사 문제에 대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전략대화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략대화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국간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떤 결론을 도출하든 어느 한 쪽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 지도자였던 팡리지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도 양국 정부가 합의를 이루기까지 1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인권 문제는 다시 한번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천 변호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국 당국의 인권 개선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문제가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천 변호사는 광둥성 정부가 산아 제한을 위해 7000명의 지역 여성들에게 강제 불임과 낙태를 강요한 사실을 폭로했다. 2006년 공안에 구속돼 4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2010년 9월 출소 후 지금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그는 5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시력을 잃었다. 난징대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뒤 고향 병원에서 일하던 그는 독학으로 공부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