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정권 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끝난 프랑스 대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우파인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누르고 집권하게 됐다. 사회당으로서는 무려 17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는 셈이다.
2009년 이후 유럽 전체적으로는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은 11번째의 정권 교체에 해당한다. 이 정도 되면 유럽연합의 두 거인인 독일과 영국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각각 2013년과 2015년의 총선에서 패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상황이라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2010년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캐머런 총리는 중도 사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유럽 정치권에 마치 전염병처럼 '바꿔 열풍'이 몰아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9년 폭발한 재정 위기 이후 너나할 것 없이 배가 고파진 탓이다. 한마디로 이념보다는 빵을 원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좌파 정권은 우파, 우파 정권은 좌파에게 약속이나 한 듯 맥없이 정권을 내주는 현실이 무엇보다 잘 말해준다. 문제는 어떤 정권이든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기 쉽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비스킷을 먹어라."고 했으나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스킷 마련하기조차 힘들다. 프랑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0%를 넘는 실업률을 올랭드 대통령 당선자가 획기적으로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부자 증세로 세수를 확대하는 정책이 성공한다 해도 갈 길은 너무 멀다.
더구나 프랑스가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약속한 유로존의 신재정 협약을 깨는 무리수를 둘 개연성 역시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올랭드로서도 용빼는 재주를 보일 상황이 전혀 아닌 것이다.
배가 불러야 이념도 있다. 누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도 했으나 아마도 배가 고파봤다면 이런 소리는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앞으로는 지구촌 전체적으로도 더욱 이럴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프랑스를 필두로 하는 유럽연합의 정치권은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