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 축하와 격려에 감사합니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4일 원내대표에 당선된 뒤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이처럼 메시지로 답한다. 원내대표는 가장 바쁜 자리다. 하루에도 수십~수백통의 전화, 문자메시지가 빗발친다. 짜증이 날법도 한데 성실하게 응대한다.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특히 언론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만한 취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 올해 70세로 민주당내 최고령이다.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가 제격이다. 그런데 원내대표로 방향을 틀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다음달 9일 열리는 임시전당대회를 관리한다. 막중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차기 당 대표와 함께 킹메이커의 역할도 일정부분 분담하게 된다. 이해찬-박지원 카드가 처음 선 보였을 때 시끄러웠던 까닭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비박 연대를 물리치고 결선에서 67대60으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왜 박 의원을 선택했을까. 그의 전투력을 평가했을 것이다. 원내대표는 원내전략을 총지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 대표보다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 그는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만큼 노련하다. 지략도 뛰어나다. 인맥 또한 탄탄하기에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는 호형호제 하면서 원내를 이끌었다. 19대 국회에서도 이름값을 할 게 틀림없다고 본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승리를 두고 견제구가 날아든다. 김한길 당선자가 포문을 열었다. 김 당선자는 "계파정치를 지지하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대선 승리에 기여하는 원내대표,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비대위원장으로 일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한국노총의 조직력, 시민사회의 도덕성과 투명성, 김대중 세력의 노련함과 저변, 노무현 세력의 참신성과 열정의 조화를 이뤄 반드시 6·9 전대에서 공정하게 당 지도부를 선출하도록 하겠다"고 노련하게 답했다.
민주당의 당권, 대권경쟁은 이제부터다.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해찬-박지원 연대논의 개입설로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문 고문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광폭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 의원 등 다른 대권후보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당권은 이해찬 전 총리와 김한길 당선자간 대결로 압축될 듯하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의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다. 9일 선출되는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와 함께 개원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