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와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당이 모두 패배하면서 '정치 리스크'로 인한 유럽의 불안정성이 한층 커졌다. 자칫 유럽의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국제 금융시장은 한 차례 요동을 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들어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런 상황이다.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결과의 함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손잡고 주도해온 긴축 위주의 신재정협약에 대한 반대론자들이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긴축 대신 성장을 주장하며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공언해왔다.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전 정권이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 정책은 무효이며 따라서 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럽 경제가 성장을 하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은 이미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성장을 위한 재정확대가 오히려 더 큰 재정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신재정협약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긴축과 성장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거들고 나선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 간의 긴축과 성장에 대한 마찰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결국엔 타협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당선자가 만나 신재정협약을 폐기하기보다는 균형재정 달성 시점을 1~2년 정도 유예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 보다는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가 더 걱정이다.
정부는 그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가 고용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실물지표 개선 흐름은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고백인 셈이다. 국제유가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의 불안정성 증대 등 대내외 변화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놔야 한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정책 노력이 긴요한 때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