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는 '콜래보레이션(협업)'이라는 용어가 있다. 줄여서 '콜래보'라고 부른다.
예전 말로는 듀엣과 거의 비슷한 의미다. 그러나 최근에는 듀엣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언어의 쓰임새에도 엄연히 흐름이 있고 트렌드가 존재한다. 듀엣이 아닌 콜래보라고 해줘야 뭔가 폼이 난다는 얘기다.
'마마 두'란 곡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영국 출신 팝스타 픽시 로트가 얼마전 트위터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남겼다. "빅뱅 지디&탑과의 콜래보레이션이 어떤가요? 다른 나라에서도 곧 발매되기를 고대합니다."
픽시 로트의 2집 '영 풀리시 해피'의 아시안 디럭스 버전 수록곡 리스트를 보면 아주 익숙한 이름 둘을 발견할 수 있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그 주인공들은 바로 지디&탑이다.
지디&탑과 함께 부른 '댄싱 온 마이 오운'은 사실 픽시 로트의 2집 일반 버전에 마티 제임스의 피처링으로 공개됐던 곡이다. 마티 제임스와 함께 한 곡은 일렉트로닉한 분위기로 곧장 시작했던 것에 반해, 지디&탑과 손잡은 버전은 블루지한 기타 연주를 덧붙이고 여기에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지디&탑의 목소리가 더해져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완성해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어떻게 보면 뻔한 노림수이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쾌척해낸다.
이 곡 외에 앨범의 전반적인 지향은 복고 소울에 충실했던 데뷔작에 비해 확실히 일렉트로닉적이다. 물론 '러브 유 투 데스' '컴 겟 잇 나우' 등은 흑인 그루브로 넘실거리는 소울 넘버들이다.
그러나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올 어바웃 투나잇', 푸샤 티가 참여한 '왓 두 유 테이크 미 포', 소울과 일렉트로닉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노바디 더즈 잇 베터' 등의 곡들에서 그 하중은 확실히 전자음 쪽으로 쏠려있다. 비교적 얌전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데뷔작의 커버에 비해 한층 섹시한 외모를 강조한 사진들도 이를 대변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의 관심은 결국 '댄싱 온 마이 오운'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아시안 디럭스 버전으로 한정된 지역에서만 발표되는 이 곡의 성공은 사실 빅뱅의 인기를 고려해볼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이같은 작업들이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퀄리티 면에서도 성장을 거듭한다면, '아시안 버전'이라는 딱지가 떼어질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콜래보를 요청 받는 현재를 넘어서 콜래보를 요청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음악평론가·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