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학교 복도에서 빗자루를 들고…."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50대 남성이 12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고슬라비아 난민 출신의 가츠 필리파(52). 그는 13일(현지시간) 아들뻘 되는 20대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고전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필리파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군대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1992년 뉴욕으로 피신했다.

이후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 갔다. 영어를 배운 뒤에는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컬럼비아대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필리파는 이 때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악착같이 공부했다. 오후 2시30분부터 11시까지 청소부로 일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책을 폈다. 시험이나 과제가 있으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뒤 오전에 수업을 듣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이렇게 12년을 노력한 끝에 그는 마침내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필리파는 이날 자신의 청소 구역에서 인터뷰를 갖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그는 로마의 정치가·철학자·극작가였던 세네카를 가장 좋아한다면서 "내가 가족에게 교육받았던 정신이 세네카의 편지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가족은 내게 부와 명예를 좇는 삶이 아닌 소박하고 정직하며 자랑스러운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필리파는 지난달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자신이 꿈을 이룬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슬퍼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같은 수업을 듣는 어린 학생들이 수업 후 교실을 청소하는 자신을 보며 놀라워하던 모습을 유쾌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필리파의 최종 목표는 고전문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까지 받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선생님이 돼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을 모국어인 알바니아어로 번역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