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발 유럽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시트(Grexit. Greece + Exit)' 로 불리는,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에 이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유는 이렇다. 그리스는 지난 6일의 총선거 후 제1당을 시작으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섰으나 3당까지 모두 실패했다. 그로 인해 다음 달 17일 제2차 총선을 치른다. 현재로서는 1차 총선에서 제2당으로 약진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시리자가 유럽연합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놓은 긴축 프로그램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긴축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등은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낮다. 재선거 후 들어설 그리스 새 정권이 긴축 프로그램에 반발하고 그에 따라 유럽연합 등이 구제금융 지원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국가부도) 사태를 피하기 어렵고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걱정은 그리시트가 가져 올 후폭풍이다. 여파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이웃으로 번질 수 있다. 자칫 유로존 전체가 다시 위기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디스가 그제 이탈리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것도 유로존의 불안이 크다고 본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위험수위까지 치솟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새벽 첫 정상회담을 갖고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탈퇴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변수는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신 재정협약 재협상 여부다. 두 나라가 '긴축과 성장의 균형'을 찾는다면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긴축 우선'의 메르켈 총리와 '성장 중심'의 올랑드 대통령의 입장차가 워낙 커 균형점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리의 올 4월까지 유럽 쪽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가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주가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가 '바오파(保八 8% 최저 성장)를 포기할 만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위기까지 닥치면 치명적이다.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수출 타격과 금융 불안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재검검해야 한다. 외화유동성 확보와 신용경색 방지 등 금융통화 및 재정정책을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