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매일 저녁, 세계여행을 떠나요. 어제는 프랑스, 오늘은 뉴질랜드, 내일은 칠레로 갈 것 같아요. 엄청난 재벌이냐고요? 아니죠. 반찬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니 물 건너 온 것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좋은 국산 식재료를 가족에게 먹이고 싶지만 고물가 탓에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수입산으로 요리를 하면서 이렇게나마 위안을 삼는답니다.'
한 주부가 최근 라디오에 올린 사연이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수입산을 쓰고 있다는 한탄이다. 이 주부의 고충처럼 우리 밥상이 이미 수입산에 점령당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4개국을 대상으로 2010년 기준 각국의 식품수입량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1인당 식품수입량이 468kg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2001년 410kg에 비해 14% 증가한 수치며 일본(370kg), 프랑스(403㎏), 영국(411㎏)에 비해서도 1.1~1.3배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품의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해 나타낸 푸드 마일리지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t·km으로 739t·km인 프랑스에 비해 무려 10배에 이른다.
특히 일본, 영국, 프랑스의 푸드 마일리지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1년(5172t·km/인) 대비 37%나 증가했다. 이는 곡물에서 1000t·km/인 이상 증가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식품 수입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식품 수입에 의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2㎏CO2으로 2001년 106㎏CO2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영국의 95㎏CO2 대비 약 1.5배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역경제와 지구 환경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로컬푸드 소비 확대 등 녹색생활 실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도 가격거품 뺀 우리 농산물 이용 '관심'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다양한 로컬푸드 운동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다음달부터 지역내 농가에서 생산한 친환경 채소를 구민에게 공급하는 로컬푸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동 주민센터나 구청 지역경제과에 신청하면 신선한 로컬 야채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 로컬푸드를 소개하는 네이버 카페 '푸드마일'(cafe.naver.com/foodmile)에도 네티즌의 클릭이 끊이질 않고 있다.
로컬푸드를 살 수 있는 생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쿱 생협의 송원경 주임은 "로컬푸드가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직거래를 통해 가격 거품을 뺏기 때문에 마트에서 파는 수입산보다 저렴한 것이 많다"며 "이같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회원이 꾸준히 늘어 16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