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베이징에 있는 주중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지 한 달만에 그의 희망대로 미국에 안착했다.
천광청은 19일(현지 시간) 오후 6시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편으로 아내,두 자녀와 함께 뉴저지주 뉴어크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대(NYU) 법과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거주지는 뉴욕대 인근의 맨해튼 워싱턴스퀘어 근처 교직원 아파트로 결정됐다.
최근까지도 미국행을 장담하지 못했던 천광청의 출국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2일 산둥성 린이시 둥스구촌 자택에서 탈출한 뒤 같은 달 26일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했던 천광청은 미국과 중국 정부간 극적 타협으로 이달 2일 베이징소재 차오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중국 정부는 이틀 뒤 그의 미국 유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쉽게 막을 내릴 것 같았던 그의 탈출은 그의 미국행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결국 지난 16일에야 산둥성 관리가 그의 병실을 찾아 여권신청서를 받아 갔지만 실제 미국행까지는 이후로도 보름이상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왔다. 중국에서 여권 발급에 통상 보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의 여권을 불과 사흘만에 발급한 뒤 19일 당일 전격적으로 천광청과 그의 가족들을 비밀리에 베이징공항으로 이동시켰다. 중국은 그의 언론 노출을 막기위해 출국 직전까지 천광청에게 행선지와 비행기 시간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확인은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천광청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그의 아내, 2명의 아이들과 함께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천광청의 미국행이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천광청은 자신의 희망이 이뤄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고향에 남은 친족들에 대한 걱정과 중국의 인권에 대한 우려로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는 출국 직전 AP통신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탈출 이후 그의 형 가족은 가택 연금 조치를 당했고, 그의 조카 천커구이는 공안과 몸싸움 끝에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돼 있다.
중국 내 다른 인권운동가들도 내심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천광청 사건이 중국의 인권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향후 천광청의 영향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광청의 친구이자 인권운동가인 후자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천광청이 미국으로 가면 중국 내 인권의 부당함을 폭로할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며 "그에게 범죄를 저지른 관리들이 계속 법 위에 군림할 것"이라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