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주부 한승연(29)씨는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아름다운커피' 매장을 자주 찾는다.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초콜릿과 옷, 가방, 장난감까지 제품이 다양해 선물용으로 즐겨 구입한다. 한씨는 "아이들에게 낫 대신 연필을 쥐어주자며 파는 공정무역 제품에 손이 가게 된다"며 "내가 지불하는 돈이 가치 있게 쓰인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 사례 2= 직장인 황의신(39)씨는 지난 금요일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입구에서 '빅이슈'를 샀다. 사회적기업인 빅이슈코리아가 재능기부를 받아 만드는 이 월간지는 권당 3000원의 판매금액 중 1600원을 홈리스 판매원에게 지급한다. 황씨는 "우리 사회 취약계층인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해 가급적 매달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509명을 대상으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구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소비자의 7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1년 전과 비교해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3.6%가 늘었다고 말했으며, 절반이 넘는 55.5%가 '윤리적 소비를 위해서라면 일반제품의 판매가격 보다 5%가량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 소비내역을 보면 20대와 50대는 생활용품(61.1%, 44.2%) 비중이 가장 컸고, 30대와 40대는 음식료품(50.0%, 53.9%) 비중이 높았다.
윤리적 제품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비자들은 생산기업의 환경보호 캠페인(45.2%), 에너지 절감운동(41.5%), 기부·자선활동(41.1%), 지역사회 공헌(28.5%) 등을 차례로 꼽았다.
윤리적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개선 과제로는 친환경·공정무역 상품 확대(42.4%), 윤리적 소비의식 확산(26.7%),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22.0%), 저소득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참여 확대(8.9%) 등을 지적했다.
조사를 진행한 이은철 선임연구원은 "소비자의 의식과 구매행동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단기적인 매출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착한 제품 생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상품·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어렵더라도 에너지 절감이나 환경보호, 자선활동 등을 확대해 윤리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늘려
국내 기관투자자도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친환경적이거나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올해 6200억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규모는 3월 말 기준으로 4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사회연속성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