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탓인지, 전통적인 가족주의 사상 탓인지 이 나라는 온통 합세해서 "아이 낳아봐. 아이만은 꼭 있어야 해"라고 속삭이는 듯 하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곧잘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이를 낳으면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며 하나의 완성된 '가족'이 될 거라는 믿음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이가 있으면 분명 이혼하기는 조금 힘들 수가 있지만 대신 부부 사이에는 더 위협이 된다는 본다.
갈등의 원인은 주로 육아의 본질적인 힘겨움과 남녀 사이의 육아분담의 불균형에서 온다. 서로에 대한 관심은 어느덧 아이에게 온통 쏠린다. 그리고 정황상 혹은 관습상, 대개는 여자가 육아 일에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여자가 힘들어지면 남자를 힘들게 해서 부부는 갈등을 겪는다. 그나마 그건 낫지, 스트레스를 못 느낀 척, 꾹꾹 누르다 보면 '완전한' 가족은 커녕 '가면가족' '가면부부'가 되기 십상이다.
속으로는 차라리 남편보다 '이모'랑 같이 살고 싶거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낫겠다 싶고 육아능력의 갭은 갈수록 커가니 갈수록 사랑하는 남자의 서툰 모습을 보는 것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남자가 아무리 제 딴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한들 '협조적인 방관자'의 태도로 남는 한 그 분담의 수준은 여자가 원하는 기준을 절대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힘들어 가능하면 다른 대안으로 도망치려 한다. 그러니 한없이 불안한 불균형 상태가 겉으로는 꽤 안정적으로 오래 간다.
인터넷검색을 하다 보면 곧잘 유명 여자 연예인이 엄마가 되어서도 처녀시절의 미모와 몸매를 그대로 유지한다며 호들갑 떠는 기사들이 보인다. '애 낳으면 변한다'를 전제로 한 말 같은데 고작 아이 하나 낳은 것 가지고 우리의 근본이 바뀔 건 없다. 엄마가 되자마자 모성애 작렬로 슈퍼우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엄마는 위대한 존재라고 칭송하며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강요하지 말고 엄마는 대단하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