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 개원일(5일)을 넘겼지만, 언제 열릴지 모른다. 여야가 한 치 양보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18대 국회 당시에도 40여 일이나 늦게 열린 적이 있다. 촛불과 과격시위 파동 속에 야당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그랬다. 지금은 그런 현안도 없다. 오로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는 의석에 따라 나누기로 했다. 전체 18개 상임위원장(특위 2개 포함) 중 새누리 10개, 민주당 8개로 가닥이 잡혔다. 쟁점은 야당이 정무위, 국토해양위, 문방위 중 하나를 야당 몫으로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이들 상임위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사업, 언론사 파업 등을 집중 따지겠다는 의도에서다. 다분히 오는 12월 치러질 대선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17대 국회 때부터 야당에 할애했던 법사위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여야 모두 왜 법사위에 목을 맬까. 이유는 간단하다. 법사위는 국회에서 상원으로 불릴만큼 위상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본회의 상정에 앞서 법사위 심의를 다시 한 번 거쳐야 한다. 법사위가 옥상옥(屋上屋), 즉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임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야당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주면 쟁점 법안 처리를 저지할 때 합법적 창구를 잃어서다.
여당도 같은 논리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주요 법안 처리가 법사위에서 야당의 저지로 지연된 사례가 적지 않은 탓이다.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18대 때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하면서 너무 무리하고 정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식물국회였다"면서 "식물국회를 막기 위해서라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야당은 펄쩍 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대신 국회의장을 내놓으라"고 맞불을 놓는다.
민생현안 뿐만 아니라 유럽발 경제위기 등으로 국회의 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자리싸움으로 개원을 마냥 늦춰선 안 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라고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19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일명 몸싸움방지법)이 적용되는 첫 번째 국회다. 선진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 합의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