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분석을 위해 쓰는 대부분의 시간은 자료수집과 분류다.
패션, 영화, 건축, 미술, 전자, 자동차, 스포츠, 음식 등의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필자만의 기준에 따라 카테고리를 정해 나누는 것이다. 구분된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읽히는 어떤 정서, 사상을 의미하는 단어가 부여된다. 즉'Irony' 'Luxyur' 'Sympathy' 라는 주제어 아래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정렬되는 것이다.
이 다음 작업이 어렵다. 트렌드 발표를 위해 분류된 컨텐츠 중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발표자료 한 장에 1~3개의 이미지를 담는데 이를 위해 1000~3000개 정도의 이미지를 검토해야 한다. 여러분은 시선을 사로잡은 이미지 천 개중 하나를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겠는가.
필자는 최근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가져왔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수천 장의 이미지를 보면서 정해진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모양, 색상, 분위기, 세부요소 등을 점검하고 골라냈던 기준은 '설렘'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이미지를 처음 대하고 선택할 때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수집된 수많은 자료 중에서 궁극의 설렘을 준 이미지가 살아남은 셈이다.
일상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휴대전화의 연락처를 점검하면서 지웠던 이름은 더 이상 어떤 설렘도 남지 않은 사람이었다.
일의 양보다 훨씬 큰 보수가 보장되는 제안을 받고도 끝내 거절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출근 때 현관 앞에 놓인 몇 켤레의 신발을 보면서도 신발장을 열어 보는 것은 더 큰 설렘을 위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입을 옷이 없다'는 여자의 말도 '설레지가 않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이곳에 생각을 밝히고 나니 분명해졌다. 항상 설렘의 주파수에 귀 기울이며 의사결정을 해야겠다. 설렘에 집중하면 소비도 생활도 훨씬 단순하고 명확할 것이다. 다만 설렘을 기준으로 생활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해야만 하는'것을 소홀하게 여길 수도 있으니 쉽지는 않겠다. 그런데 설렘은 기쁨, 만족, 기대와 어떻게 다를까. /글로벌 트렌드연구소 '트렌드 포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