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빅'(위)과 SBS '유령'의 장현성.
제2강: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은 겹치기 출연에서 나온다
# KBS2 월화극 '빅'의 강혁수(장현성)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조카 강경준(신원호)을 떠 맡아 키울까봐 전전긍긍이고, 관심은 온통 죽은 누나의 유산에만 쏠려 있다. 그가 수·목요일이면 콧수염을 떼고 경찰청에 등장한다. SBS '유령'에서 김우현(소지섭)을 견제하는 사이버수사대 전재욱 국장으로 싸늘한 기운을 뿜어낸다.
지난달 말 두 편의 월화극, 세 편의 수목극, 두 편의 주말극이 동시에 방영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다들 작품성과 개성이 돋보여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탄탄한 내공을 지닌 중견 연기자들의 전례없이 많아진 겹치기 출연을 찾아내는 맛이다.
같은 시기에 방송되는 드라마에 중복해서 등장하는 이른바 '겹치기 출연'은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연기 몰입의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탓이다.
대표적으로 KBS2 수목극 '각시탈'은 '투 잡 족' 연기자들이 없으면 촬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총독부 경무국장 콘노 고지(김응수)는 주말이면 국적을 바꿔 MBC '닥터진'의 좌의정 김병희로 변신한다.
또 이시용 백작(안석환)은 알고 보니 '빅'에서 서윤재(공유)의 장인 길민규였고, 백작부인 이화경(김정란)은 주말마다 SBS '신사의 품격'에서 남편 이정록(이종혁)의 바람기를 잡느라 분주하다.
또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달아난 독립군 목담사리(전노민)는 SBS 월화극 '추적자'에 한오그룹 후계자 서영욱으로 타임슬립하느라 눈코뜰 새없이 바쁘고, 일제 치하의 최고 실력자 우에노 히데키(전국환) 역시 '추적자'에서 강동윤(김상중)의 변호인으로 나선다.
이들을 향해 '더블'을 뛴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응은 오히려 그 반대다.
억양과 말투·눈빛·웃을 때 입꼬리 위치까지 바꿔가며, 보는 이들이 같은 배우란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완벽한 변신을 자랑한다. 제작진이 겹치기의 폐해와 촬영 스케줄 맞추기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용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쯤 되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멀티 플레이어'들이다. 할리우드도 감탄할 신통방통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참에 주인공들도 한 번 실력 발휘를 해보면 어떨까. 대신, 아무리 급해도 '발연기'는 안 하는 걸로~./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