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구소련 시절만 해도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던 축구 강국이었지만 분리 후에는 경제 불안으로 인해 축구에 대한 투자가 줄며 변방으로 추락했다.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함께 유로 2012를 공동 개최했고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욕을 보였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가 유럽선수권 첫 참가였다. FIFA랭킹 52위로 16개 참가국 중 폴란드만이 우크라이나보다 랭킹이 낮았다. 하지만 그들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FIFA랭킹 17위의 스웨덴을 꺾었다. 유럽선수권 첫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분전을 이끈 건 안드리 셰브첸코였다. 우크라이나가 낳은 최고의 축구영웅인 셰브첸코는 AC밀란 소속이던 2004년 발롱도르를 차지, 세계 최고 공격수로 통했다. 스웨덴전에서도 0-1로 뒤진 상황에서 헤딩골 두방을 터트리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스웨덴전 승리로 부풀었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유로 2012 8강 진출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프랑스전에서 0-2로 패했고 잉글랜드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0-1로 패했다. 잉글랜드전에서는 마르코 데비치의 슛이 골라인을 넘었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정되지 않아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가장 아쉬운 이는 36세 노장 셰브첸코였다. 그는 잉글랜드전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내 마지막 경기였다"며 대표팀과의 작별을 알렸다. 1995년 A매치 데뷔 후 그의 111번째 경기가 은퇴 경기가 된 것이다.
지난 시즌 절반 이상을 부상으로 날린 그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현역 은퇴까지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앞두고도 무릎 부상에 시달렸지만 출전을 강행하며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내 마지막 무대를 조국의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그의 소감에 우크라이나는 눈물 바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