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무형(大道無形)이라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큰 진리나 도는 눈에 보이는 형체가 없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대은재시(大隱在市), 소은재산(小隱在山)이라는 것도 있다. 진정한 은자나 지식인은 어려운 중생들을 나 몰라라 하고 산에 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같은 현장으로 적극적으로 나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오늘 날 이 말들은 공무원들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공복은 어려운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국익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설사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이 자신의 양심이나 일반적 도덕 및 윤리에 다소 배치되더라도 말이다.
최근에는 많은 나라의 공복들이 이런 덕목을 실현하고도 있다. 심지어 목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후진국이나 공산국가 공복들 역시 그렇다고 해도 좋다. 극단적 사례를 들어도 좋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은 최근 자국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잠수함 탄도 핵미사일 불라바 관련 정보를 중국 군 정보 장교에게 넘겨준 혐의로 체포된 교수 2명에게 12년 전후 중형을 선고했다. 만고역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괜찮을 교수들의 죄질을 보면 당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 정보를 빼돌린 정보 장교는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애국적 군인이 된다.
이 비슷한 재판은 10여 일 앞서 우크라이나에서도 있었다. 벨라루스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 직원 2명이 미사일 관련 기술을 빼내려다 8년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비아냥조로 보도했으나 남북통일이 될 경우 넘겨받을 기술이니 한국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이러니 입만 열면 도덕 운운하는 선진국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CIA, 이스라엘 모사드, 영국 MI5와 MI6 같은 정보기관들은 중국이나 북한이 한 것들보다 더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단언해도 좋다. 국내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공복들과 관련한 추문들을 들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길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