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들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국회가 남중국해에 있는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한 법률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중국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는 지난주 말 베트남 국회 대외위원회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냈다. 위원회는 서한에서 "베트남 국회가 마련한 법률은 중국의 주권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시사군도와 난사군도에 대한 베트남의 행동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강조했다.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은 주중 베트남 대사를 청사로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은 구체적인 행정조치도 취했다. 난사군도와 시사군도, 중사군도를 하나로 통합한 새 행정 구역인 싼사시를 설립했다. 지금까지는 남중국해에서 가장 가까운 하이난성에서 3개 군도에 대해 각각 따로 행정관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통합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행정 단위 통합을 계기로 중국은 3개 군도에 속한 섬과 암초, 해역에 대한 개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이런 조치는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벌인 갈등 국면에 뒤이어 나왔다.
지난 4월 필리핀 해군 함정이 스카보러섬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중국 선원들을 체포하려다가 중국 측 어업지도선이 막아서면서 시작된 황옌다오 분쟁은 한 달 이상 지속됐다.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에 대한 수입 검역을 강화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가한 것을 계기로 양측이 극적 화해를 이뤘지만 앙금은 여전히 가라않지 않고 있다.
중국이 버거운 필리핀과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와 유전 탐사를 벌였던 베트남은 일본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 캄란만과 필리핀 수빅만에 미군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남중국해가 중국과 미국, 주변국이 대치하는 화약고로 변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중국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국제 수송로로 이용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대만,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 복잡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