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가 내일부터 세일에 들어간다. 겉으로만 보면 통상적인 여름철 할인 판매 행사다. 하지만 예년과 좀 다른 점이 있다. 여름철 세일은 그동안 길어야 열흘에서 보름 남짓이었다. 이번엔 한 달이나 된다. 이처럼 세일 행사를 장기간 실시하는 이유는 상반기의 영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세일 기간을 늘려 경기 침체로 닫쳐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보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민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6월 소비자 동향지수'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1로 지난달 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 국내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경기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늘어나는 '하우스 푸어'와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소비 심리를 더욱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국내 600대 기업의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7로 전달보다 8.6포인트 떨어졌다. 1월의 88.3 이후 최저치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분야별 전망치도 수출, 투자, 채산성 등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대부분 부정적이다. 내수 부진에 유럽발 악재로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세계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는 이를 보다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ESI가 6월 97로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ESI가 평균치인 100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민간의 경제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10년 4월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세다. 7월 업황전망BSI도 84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내일 하반기 경제정책운용 방향을 내놓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어제 당정회의를 열고 서민생활의 안정을 기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공공요금 인상 자제, 서민금융지원, 청년일자리 확대, 가계부채 대책 마련 등 안정 기조 속에서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해 경제 활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해법이 과연 둔화하고 있는 경기를 되살릴 묘책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