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13살 이에요'
패션시장에서 아동복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사실 아동복은 이렇다 할 전성기나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다. 가계 형편이 어려울 때는 '아이만이라도', 가계 경제에 여유가 생길 때는 '아이를 위해 하나라도 더', 1인 자녀가 일반화되면서는 '이왕이면 좋은 것을'이라는 부모의 마음 시장을 끌어 온 탓이다. 그러니 단순하게 거시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매출이 급감한다는 해석은 안이하다.
이에 반해 아웃도어브랜드와 명품브랜드의 아동복 상품 출시는 매우 활발하다. 이런 현상 때문에 아동복브랜드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일까?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초중고의 주5일제 수업으로 확대된 수요를 고려하면 역시 또 뭔가 부족하다.
또 하나, 캐주얼이라고 얘기하는 성인 일상복 시장의 동반하락도 흥미롭다. 소비자를 정장에서 탈피시켰던 면바지도, 패션시장을 뒤흔들던 청바지도 온데간데 없다. 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다 어디 갔어~, 다 사라졌어~' 수준이다.
여기에는 세대의 의식변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와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저 13살이에요'다. 얼핏 들으면 코웃음 쳐지는 말이지만, 말하는 아이의 눈빛과 행동을 보면 멈칫해진다. 13살 소비자의 정보력과 판단력은 부모의 13살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자녀보다 스마트폰을 잘 쓰는 부모가 몇 이나 될까.
같은 맥락에서 13살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떨까. 대략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남녀 역시 점잖고 어른스러웠던 그들의 부모와는 다르게 젊고 활동적 차림을 즐긴다. 왜냐 하면 몸도 마음도 실제 나이보다 젊으니까. 아니 '나이 값'의 기준과 의미 자체가 젊어졌다는 게 맞다.
아이는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고, 부모는 점점 더 젊게 살려고 할 때 두 세대 간의 간격은 빠르게 좁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 때문에 패션시장은 새로운 세대정의와 그에 따른 상품기획에 직면했다. 어쩌면 국내에서 정착되지 못했던 'Youth'시장이 순식간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지 싶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Youth'로 무장된 아동복브랜드 혹은 캐주얼브랜드의 새 출발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것은 세대 의식이 아무리 바뀌어도 부모, 자식간의 관계 의식에 존재하는 간격은 백 만년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