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한 동부 지역이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로 펄펄 끓고 있다. 대부분 지역의 수은주는 벌써 열흘째 화씨 100도(37.8도)를 넘나들고 있다. 곳곳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한편 아스팔트 도로에 웅덩이가 생기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워싱턴 DC는 7일 낮 최고 기온이 화씨 106도(41.1도)까지 치솟은 데 이어 8일에도 화씨 100도를 기록했다. 워싱턴 DC의 낮 최고 기온은 지난달 28일부터 단 한차례도 화씨 95도(35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폭염을 피해서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주말을 보냈다. 그는 지난 6일 백악관을 떠나면서 남아있는 기자들에게 무더위에 탈수를 조심하라며 물을 들이키는 제스처를 취해보이기도 했다.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 일대도 최근 들어 수은주가 연일 화씨 98~100도를 넘나들었다. 남부 테네시 주에선 최고 기온이 화씨 112도(44.4도)까지 올랐고, 중부 세인트 루이스 일대에선 최고 기온이 화씨 100도를 넘는 날이 9일 연속 이어지기도 했다.
미 기상청은 지난 한달 동안 기상관측 이후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운 지역만해도 45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폭염 주의보와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곳만도 25개 주에 이른다.
살인적인 더위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시는 최근 주민 5명이 더위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망과 입원 소식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일부 지역에선 1주일 이상 정전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미 언론은 최근 폭풍우로 발생한 정전사태로 35만 명이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사용하지 못한 채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정전 피해가 가장 큰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선 주민들이 상점에서 얼음을 구입하기 위해 차를 몰고 100km도 넘는 곳까지 찾아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캐나다 쪽에서 한랭전선이 남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 한랭전선이 뜨거운 공기와 만나 곳곳에서 강풍이나 우박을 동반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기상전문가들은 무더위의 기세는 잠시 주춤하겠지만 올해 동부 지역 주민들은 최근들어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