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안건을 처리한 뒤 협정을 체결하려다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외교통상부 실무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비공개 방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해외순방 중이어서 국내에 없었다.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급의 결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장관과 수석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김 기획관 이외에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이 교체된다. 앞서 조병제 대변인도 사의를 표명했다. 실무자로서 책임을 물은 셈이다. 조사 결과 조 국장은 상관에게 상세 보고를 하지 않고 국무총리실에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 대변인도 브리핑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등 파문을 확산시켰다. 안호영 외교부1차관과 최봉규 동북아 1과장도 경고조치를 받았다. 때문에 외교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한일 문제는 예민하다. 그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아울러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정무적 판단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측의 설명에서도 그것이 읽혀진다. 박정하 대변인은 "종합적으로 일본의 문안 검토, 법제처의 심의가 늦어져 차관회의 상정이 불가능했다면 급박하게 상정할게 아니라 일본과 설득하고 협의해서 다음 차관회의에 상정하는 게 바람직했다"면서 "외교 관례를 들어 일본의 국내 절차 완료까지 비공개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교도 전쟁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원수와도 손을 잡는 게 외교다. 외교에서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야당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김 기획관의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여전히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성환 외교,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한 책임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임시국회 등에서 단단히 따질 태세다.
김태효는 누구인가. 올해 45살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인수위와 정부 출범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보필해 왔다. 올 1월 차관급인 기획관으로 승진했으며 현 정부 최고 실세의 하나로 꼽혔다. 영원한 실세는 없는 것 같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