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닛산, 스즈키 등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을 잇따라 찾고 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덴소 등 일본 부품사의 부진으로 부품 수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고 대비 원화가 저렴한 것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부품업체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로 20년 이상 마쓰다에 부품을 공급해 온 한라공조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했던 대일본 자동차 부품 수출이 지난해 6월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S&T모티브는 지난 1년 사이 일본 완성차들과 3190억원 이상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1년전 자동차 부품 전체 대일본 수출 규모에 육박하는 액수다. 더욱이 대부분이 첫 계약이고, 토요타를 비롯해 논의 중인 계약 건도 적잖아 추가 공급계약 수주 기대감도 높다.
이처럼 한국 부품업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일본 내부 사정도 있다.
대지진 이후 자동차업체들이 일본 서부 지역인 규슈 지역에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 지역이 간토 지역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공장이 집결한 아이치현이나 가나가와현에 비해 규슈는 인건비가 10% 정도 저렴하다. 최근에 세운 신설 공장도 많다. 닛산자동차는 2009년부터 규슈 지역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도요타 계열의 다이하츠 규슈는 2004년 군마현 마에바시시에서 이전했다.
더욱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부터 싼 부품을 구입할 수 있어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엔고로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한국업체 부품을 사용하면 저렴한 원화 혜택을 볼 수 있다.
닛산의 카라반 자동차는 기간부품을 제외한 부품의 20%를 한국업체 제품을 쓰고 있다. 도요타 규슈는 지난 4월 처음으로 한국의 10여개 부품업체를 초청해 상담회를 열었다.
한·일 정부도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 트레일러에 적제한 자동차 부품은 일본에 도착한 뒤 규슈 항에 통관 절차를 받기 위해 며칠 동안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한국의 트레일러가 간단한 통관 절차를 거쳐 바로 규슈 조립 공장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국 트레일러가 한국과 일본 번호판을 달고 일본에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한 국내 대형 부품사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부품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제품·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 자동차의 한국 부품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