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40대 남성직장인 사이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작은 실험이 유행이다. 알람 기능 오프, SNS 앱 삭제, 메일 연동 해제 등을 시도하면서 생활패턴에 대한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다.
계획적 시간 관리를 위해 사용하던 알람 기능은 환청의 원인으로, 타인과 쉽게 소통하고 자신을 공유하고 싶어 선택한 SNS는 해소할 수 없는 오해와 사건의 장으로, 업무능력 향상에 기여하리라 기대했던 이메일은 숙제를 나르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험의 목적은 숨통을 조여오는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오랏줄을 끊어낼 수 있느냐다.
이 작은 흐름은 시장과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은 현재와 미래 삶의 척도로서 유효한데 기기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소비자층이 이것에 대한 저항을 가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저항의 핵심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편의를 위해 선택한 기술이 가져오는 불편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에 있어 흥미롭다. 향상된 데이터처리, 정교화된 이미지, 월등해진 기능이 극대화됨으로써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됐으니 아이러니의 전형이지 싶다.
여기에는 구속에 대한 인류의 태초적 거부감, 구속 받고 싶어하면서도 구속에 대해 극단적 거부반응을 가진 인간의 이중성이자 존엄성이 자리잡고 있다. 인간은 IT기술의 진화로 자신이 가진 다양한 관심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즐거움이 생겼다. 반면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것에 신경을 쓰면서 정신적 피로의 양도 인류 최대치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가 아닌 외부환경으로 돌리려는 속성이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고민하기 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골몰하다 보니 현실에서 손쉽게 발견되는 스마트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만들어진 셈이다.
방송시간을 놓친 드라마, 상영기간을 놓친 영화를 언제든 볼 수 있어 좋은가? 해보고 싶은 취미활동을 마음만 먹으면 수준급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환경과 넘쳐가는 제품, 서비스가 있어 만족스러운가? 나만의 철학이나 비판에 기꺼이 동조해주는 낯 모르는 동지가 많아 덜 외로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쩐다. 우리는 너무 피로하다. 스스로도, 사회자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