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하필이면 내 신간이 나온 다음 날에 안철수의 이 나오다니. 그것도 같은 비소설 에세이 부문이라 몇몇 대형서점에서는 내 책과 그의 책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는 목격담도 들었다. "와, 영광인 줄 알아라." "어떡하냐, 완전 밀리겠네."등 여러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항간의 화제가 된 일반적인(?) 유명인의 책이었다면 출간타이밍이 안 좋았던 나의 재수없음을 비관했을지도 모른다. 출판업계의 팔리는 건 너무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 건 너무 안 팔리는 양극화 현상과 일단 무조건 유명해져야 책이 팔리는구나,라며 시니컬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단 하루 만에 4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해도 단순히 '남들이 사니까 나도 한 권 사야지' 식의 냄비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를 지지하고 안 하고를 논하기 전에 사람들은 그간 그의 '생각'이 너무 궁금했고, 그 갈증이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 뿐이다. 머지 않아, 너무도 중요한 선택을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많은 것을 묻고 싶었고, 많은 것을 듣고 싶었다. 금번의 책 출간을 필두로 머지않아 안철수씨는 에 나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모습과 생각을 드러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각 후보의 책 판매 추이를 비교하고 조사기관은 매체노출에 따른 지지율 변동을 추적하기 시작할 것이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한 듯한 흥분이 스멀스멀.
하지만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을 사서 읽고, 그의 모습을 담은 방송을 찾아 본다는 것은, 우리가 그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것 이상으로 그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과 의욕을 확인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생각을 마주하는 것은 '나의 생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주고 보다 옳은 선택을 하려는 의욕을 느끼는 한, 우리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감지한다. 그래서인지 내 책이 망하든 말든, 날씨가 푹푹 찌든 말든, 정신적으로는 무언가 좀 속 시원한 그런 느낌이다. 그 동안 얼마나 여러모로 답답했으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