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6살 소녀 베로니카 모서는 사고 당시 자신의 엄마 애슐리 모서(25)와 영화관을 찾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애슐리의 이모 애니 돌턴은 21일(현지시간) 베로니카가 이번 사건으로 사망했으며 엄마 애슐리는 목과 복부에 총을 맞아 중태라고 밝혔다.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던 맷 맥퀸(27)도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고 담당 변호사인 롭 스콧이 밝혔다.
맥퀸은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고 스콧 변호사는 밝혔다.
이런 가운데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극장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제임스 홈스(24)는 전과 기록도 없고 테러 용의도 없는 수줍음 많은 의대 대학원생이었다. 그는 이번 범행에 사용한 AR-15 자동소총, 권총, 엽총 등을 주거지 인근 총기상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콜로라도에서는 총기구입 절차가 간편할 뿐아니라, 구입후 등록 의무도 없다.
또 총알 6300발도 인터넷을 통해 사들인 뒤 실제로 범행에 이를 사용했다. 주변의 이웃도 마음만 먹으면 살상무기를 구입해서 끔찍한 살상극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2007년 32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이후에도 크고 작은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총기 규제론자인 마이크 불룸버그 뉴욕시장은 이번 사건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측에 총기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두 사람이 분명히 밝힐 때가 됐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미 전역에서 일어날 수 있고 모두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정책센터(VPC)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오바마 대통령과 정치권에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측은 지난 주말 예정된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워싱턴 정가도 잠시 정쟁을 중단한 뒤 총기사고 희생자 추모와 위로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이렇다할 대안을 속 시원히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배후에는 전미총기소유협회(NRA)가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4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NRA는 막강한 자금과 로비력으로 워싱턴 정가를 주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총기 소유 자유를 인정한 미국 헌법 조항과 함께 "총을 든 상대방의 위협을 막기 위해선 오히려 개인들의 총기 소유가 더 필요하다"는 방어 논리로 앞세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차례 총기 소유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롬니 후보도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엔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선 NRA의 눈치를 더 살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콜로라도 사건의 충격이 워낙 커서 양측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마련해서 이슈 선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