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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살떨리는 안갯속 공포

[뉴스룸에서]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스트'에서 안개는 공포의 대상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괴물과 싸우던 주인공은 자신과 아들을 구해 줄 군인들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보지 못한 실수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현재의 기업들도 안개 속에서 사투 중이다. 올봄만 해도 매출에 자신 있어 하던 업체들까지 소비 분위기가 가라앉자 "힘들다"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월 2회 의무 휴업을 놓고 지자체 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는 "예상과 달리 장기전이 될 것 같다"며 한숨이다. 지난달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7.2%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도도할 것만 같던 백화점들도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할인매장이냐'는 비아냥에도 떨이행사까지 하지만 할인제품만 팔려 순이익은 신통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지, 불황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누구 하나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개 속이라 더 무섭다"는 말들이 터져 나온다. 정신분석전문의 김혜남 박사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가장 무서운 건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안개 속을 걷는 소비자들에겐 불황의 시대에 순응할 소비 습관이 절실해졌다. 눈치 빠른 이들은 돈 씀씀이를 바꾸기 시작했다. 생과일 대신 저렴한 말린 과일을 먹고, 싸면서 괜찮은 '저렴이' 화장품과 옷을 산다. '대형마트를 끊었다'는 주부들도 생겨났다.

오랜 경제침체의 터널을 지나면서 일본에선 3년 전 '심플족'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재기하듯 물건을 사는 기존의 과한 소비를 절제하고, 되도록 물건을 사지 않는다. 아껴 쓰고, 고쳐서 다시 쓰는 소비 스타일을 '개념 소비'라 여긴다.

물론 적절한 소비는 경제성장의 윤활유가 되고, 소비의 즐거움도 있다. 그러나 굳이 안사도 될 걸 사고, 없어도 되는 짐이 쌓여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기회다.

그 다음 순서는, 버리거나 재활용이다. 냉장고만 열어보면 버릴 것도, 새로 안 사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군더더기를 버린 간결한 일상에 만족할 때, 불황의 안개 속도 더 가볍게 헤쳐 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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