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 강등에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 그리스의 9월 위기설 등 유럽발 공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떠받쳐 줄 것으로 기대되던 미국과 중국의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나 다름없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어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엔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EFSF 참가 3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려면 독일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가 더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의 신용등급 강등은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 위기가 그 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유로존 위기는 갈수록 태산이다. 스페인은 파산 위기에 빠진 발렌시아, 무르시아 등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전면적인 구제 금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나폴리 등 10개 도시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가 국채상환 만기가 몰린 9월에 디폴트 상태에 빠져 유로존을 이탈한다는 등의 9월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공포감이 유럽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의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쑹궈칭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최근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을 2분기(7.6%)보다 낮은 7.4%로 전망했다. 이는 3분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뒤엎는 것이다. 미국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성장률(1.9%)보다 낮은 1.3%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분기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걷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걱정은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얼마 전 올해 경제성장률을 3.7%에서 3.3%로 하향조정한 것이나 기업들이 올 들어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 상황이 나쁘다고 보고 있는 때문이다. 대외 악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시기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회의'는 많이 하지만 효율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경제민주화'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