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 허베이성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로 집중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바닷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의 전·현직 고위 지도층이 대거 집결해 20여 일간의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철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 중에서도 이번 회의가 더욱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올해가 10년 만에 권력이 교체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올 가을 열리는 제18차 공산당 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새 총서기를 선출한다. 여기서 뽑힌 총서기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국가주석을 맡으면 권력교체가 사실상 완성된다. 시진핑 국가부주석(권력서열 6위)이 새 총서기로 올라설 것이라는 데는 아직까지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중국 집단지도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상무위원(9명)을 누구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새 지도부 선출은 전현직 고위 지도부간 밀실협의를 통해 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검증 작업과 여론 수렴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 상무위원을 결정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계파간 암투가 수반된다.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파,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쩡징훙 전 부주석이 이끄는 태자당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서로 자기 사람을 많이 심기위해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등 치열한 밀실 다툼을 벌이기 마련이다.
올해는 지난 2월 이후 보시라이 사건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일찌감치 권력암투의 속살이 드러났다. 이미 보시라이의 부인인 구카이라이가 살인죄로 기소된 만큼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보시라이 처리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공산당 정치국 위원(25명) 중 한 명인 보시라이는 부인과 달리 중형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은 상무위원 수가 7명으로 줄어들 것인지 여부다. 그동안 중국 내외부에서는 후진타오가 공청단파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상무위원 수를 7명으로 줄이려 한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장쩌민 때처럼 다시 7명으로 상무위원 수를 줄이면서 공청단파 수를 4명까지 늘려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는 것이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종료되면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지도자를 밀실협의로 선출하는 것을 중국 국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