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은 SNS올림픽!'
런던올림픽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소셜미디어 올림픽'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모바일 기기로 올림픽 경기를 생중계하는 IT기술의 총집합소다. TV나 PC로 경기를 시청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이동 중에도 경기를 볼 수 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올림픽 소식을 실시간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SNS올림픽에서도 금사냥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발빠른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 중에도 SNS로 경기 후기와 근황을 올리며 올림픽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미국 농구대표팀 소속인 코비 브라이언트(34)는 'SNS 금메달'을 가장 먼저 목에 걸었다. 1일 현재 페이스북에 개설된 그의 계정(www.facebook.com/Kobe)에 '좋아요'를 누르고 코비 선수의 소식을 받아 보는 팬은 1300만명에 달한다. 그는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페이스북 팬을 거느리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최근 튀니지와의 예선 경기를 마치고 "굉장한 승리였다!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룬 튀니지팀에 경의를 표한다.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는 경기 후기를 남기는 등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델 못지 않은 외모와 실력으로 여성선수 중 페이스북 최다 팬(780만명)을 거느린 러시아 테니스 대표팀의 마리아 샤라포바(25)도 올림픽 현장 곳곳에서 찍은 일상의 사진을 올리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반면 SNS올림픽의 그늘에 희생된 선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여자 배영 100m 부문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간발의 차로 은메달에 그친 호주의 에밀리 시봄(20)은 "예선전이 끝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봤는데 금메달을 벌써 딴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부담이 컸다. SNS를 멀리한 채 경기력 유지에만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30일 열린 남자축구 B조 예선 2차전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른 스위스 축구대표팀의 미첼 모르가넬라(23)는 경기 후 자신의 거친 플레이에 항의하는 한국 네티즌들의 원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트위터에 "한국인을 두들겨 패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결국 팀에서 퇴출됐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올림픽 기간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SNS를 사용하다 화를 입은 셈이다.
SNS올림픽 탓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경기 결과를 SNS에 바로 알릴 것인지, 천천히 올릴 것인지'를 두고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생중계를 보지 못한 경기의 결과를 SNS로 의도치 않게 접한 이들이 영화 결과를 '스포일링' 당한 것과 같은 실망감을 느끼면서 관련 SNS계정 접속을 차단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천천히 알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SNS 기피족이 오후 3시 현재 25.4%(159명)를 넘었다. /김현정기자 hjkim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