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핵 시설이 82세 할머니 수녀에 뚫렸다. 9.11 테러사건 이후 천문학적인 경비를 보안 분야에 쏟아부어온 미 정부와 국민들은 모두 이 소식을 접하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3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 핵시설이 지난 1일부터 잠정 폐쇄 중"이라고 밝혔다. 오크리지 핵시설은 미국에서 우라늄의 정제와 처리, 핵폭탄 제조 등 설계에서부터 제작까지 일관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암호명 Y12으로 불리며 미 정부내 최고 보안 등급 시설로 분류돼왔다. 1943년 오크리지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당시 최초 핵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실제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현재도 4200여 명의 연구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핵폭탄 제조가 언제라도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HEU) 등이 보관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시설 주변에는 수많은 감시카메라와 장애물, 무장 경비원 등이 겹겹이 배치돼있는 곳이다. 특히 9.11 이후에는 테러집단에 핵물질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엄중한 경비, 보안 시스템이 도입됐던 시설이다.
하지만 난공불락의 시설로 보이던 오크리지 핵시설이 지난 달 28일 새벽 82세의 매건 라이스 수녀 등 3명의 반핵운동가에 의해 맥없이 당했다. 라이스 수녀와 함께 침입한 반핵운동가는 마이클 왈리(63), 보아췌 오베드(57)로 알려졌다. 모두 특수요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시민운동가들이다.
이들은 새벽 어둠을 이용해 시설 외곽 3~4개의 담장을 넘어서 핵물질 제조, 보관 공장인 Y12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곧바로 건물벽에 반핵 슬로건을 쓰고 준비해간 사람의 피 등을 던지다가 오전 4시 30분쯤 체포됐다는 전언이다.
백악관과 정보당국은 라이스 수녀 침입 사건에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와이어드 미 국가핵안보국 대변인은 라이스 수녀 침입사건을 공식 확인한 뒤 "전례가 없는 처음 있는 핵시설 침입사건"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바마 정부는 즉각 미 전역의 주요 핵시설에 대한 보안 재점검에 나서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