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당시, 나는 말도 빠르고 성격도 깐깐하여 남편은 내가 무척 야무지고 재테크에 능할 거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재테크에 잼병이며 가급적 살면서 돈이라는 존재 자체를 신경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돈이 적든 많든 가급적 돈돈돈 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의식하지 않은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그런 성향이다 보니 요새 돈 계산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예전에는 현금이나 카드를 내면 그것으로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참 번잡스러워졌다. 바게트 빵이나 식빵을 하루 걸러 사러 다니는 동네의 체인 빵집에서 나는 매번 매뉴얼대로 취조를 당한다. 등. 여기에 고정으로 읊어야 하는 앞인사와 뒷인사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계산대에 있는 직원은 하루종일 앵무새처럼 저 멘트들을 읊어야 한다.
물론, '고객님'입장에서도 해당되는 카드가 있는지 지갑을 샅샅이 뒤지거나 촘촘히 챙겨서 준비해놓아야만 한다. 빵 한 조각 사는 데의 그 번거로움이란! 아무 혜택사항이 없기라도 하면 마치 내가 비합리적으로 바가지를 쓴 듯한, 우매하고 나태한 주부가 된 기분이다. 그렇다고 해당 카드들을 새로 만들어 카드지갑 부피를 불리는 것도 못마땅하다.
분명히 애초에 시작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마케팅 장치였을 텐데, 이것이 어느덧 과잉경쟁상태가 되어 포화상태가 되자, 이는 고도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절차로 굳혀진 느낌이다. 더 편리하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외치나 실상은 불편함과 불쾌감만 안겨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케팅을 하지 말고 그 비용으로 애초의 정상가를 '정상'으로 뒤돌려 놓는 게 차라리 낫겠다. 그것도 모자라 각종 이벤트로도 추가혜택을 준다고 하니 더더욱 우리는 무방비상태로 소비할 수가 없어졌다. 여자들의 화장 절차와 계산대에서의 정산 절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해질 필요가 분명히 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