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산당 원로와 보수학자 336명이 정치 개혁을 주장해온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파면을 요구했다.
8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매체 둬웨이에 따르면 이들은 연명으로 원자바오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한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당 중앙위원회에 보냈다. 서한 송부 시점은 2012년 5월 30일로 돼 있다.
서명자 중에는 친중다 제13차 공산당 중앙위원, 장친더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국장, 류중허우 장쑤성 정법위원회 서기, 시자오융 난징대 경제학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서한에 따르면 원 총리의 지시로 지난 4월 6∼10일 베이징시의 공안국, 신문판공실, 국무원의 신문판공실 등에 개설돼 있던 마오쩌둥 깃발, 유토피아, 홍색중국, 둥팡훙, 마르크스주의 평론 사이트가 폐쇄됐다. 이 사이트들은 길게는 한 달에서 짧게는 15일가량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됐다.
서한은 원 총리 측이 해당 사이트들을 폐쇄한 이유는 물론 실무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는 중국 인민의 언론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자 명백한 범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원 총리의 개혁 성향을 문제 삼는 대목도 있다. 서한은 원 총리가 내부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국유 기업을 축소, 해체하고 자본주의 식의 사유 경제를 발전시켜온 탓에 중국 내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썼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총리가 공산주의 일당 체제가 아닌 자본주의 식의 다당제에 바탕을 둔 정치개혁을 도모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권력 교체가 이뤄질 제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 구성을 논의할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원 총리 파면 촉구 서한이 공개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원 총리의 정치개혁 주장이 핫 이슈로 부상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원 총리는 그동안 광범위한 민주화에 바탕을 둔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중국 수뇌부 주류 세력과 갈등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