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보시라이 부인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사업가 살인죄에 대한 재판 진행 내용이 공개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10일 밤 늦게 '법률의 존엄은 짓밟힐 수 없다'는 제목으로 지난 9일 진행된 구카이라이 공판 방청기를 보도했다. 장문의 기사로 작성된 이 방청기는 재판정에서 검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과 구카이라이 최후 진술 등을 상세하고 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관영 통신사의 기사 형식을 이용해 구카이라이 사건의 전모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이례적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공산당 정치국 위원(25명) 중 한 명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부인의 재판에 대해 쏟아지는 각종 의혹을 일소하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청기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아들 보과과가 영국에서 유학중이던 2005년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처음 만났다. 그는 보과과의 유학 생활을 도와주면서 구카이라이와 친밀해졌다. 이후 구카이라이가 그에게 중국 부동산 프로젝트를 소개해주는 등 사업상 관계로 발전했으나 사업이 실제 진행되지는 못했다.
이에 닐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에게 보상을 요구했지만 구카이라이가 들어주지 않자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됐다. 이에 헤이우드가 보과과의 신변을 위협했고, 구카이라이는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카이라이 변호인 측은 헤이우드의 협박성 e-메일 등을 증거로 공개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12일 구카이라이가 집사인 장샤오쥔을 통해 헤이우드를 충칭으로 불러들였다.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가 묶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가 함께 양주를 마셨고 만취한 헤이우드가 물을 찾자 미리 준비한 청산가리를 입에 넣어 그를 살해했다. 검찰은 그의 혈액과 토사물에서 시안화물 성분이 검출돼 독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헤이우드 사망 사건을 보고받은 왕리쥔 당시 충칭시 공안국장이 부하들에게 사건 조사를 맡겼지만 구카이라이의 사주를 받은 이들은 사건을 덮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보시라이와 사이가 틀어져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리쥔이 망명 신청을 위해 미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사건의 비밀을 폭로함에 따라 결국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구카이라이는 최후 진술에서 공소 내용을 인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당과 국가에 매우 큰 손실을 끼친 만큼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사건은 지난 반 년간 큰 돌처럼 나를 짓눌렀다"며 "돌이켜보면 마치 한바탕 악몽과 같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판결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법원이 공평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