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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뉴스룸에서] 딸 가진 부모들이 불안한 나라

2009년 유럽 동북부 발트해 연안에 있는 작은 나라인 리투아니아에서 벌어진 한 가지 사건이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모범시민'과 너무나 흡사했던 일명 '리투아니아 성폭행범 살해사건'이 그 주인공이다. 이 사건을 일으킨 드라슈스 케디스(37)는 4세에 불과한 어린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정부와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자 "정의가 서지 않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해당 판사를 직접 살해하고 관련 관청에 폭탄테러를 가하는 등 복수극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정의의 사나이'라고 케디스를 칭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디스가 '모범시민' 속 주인공처럼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으로 사건은 끝났다.

이제는 영화에서조차 사라지길 바랐던 아동 성폭행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어두운 거리나 인적이 드문 놀이터만 조심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23)은 안방까지 거리낌 없이 들어와 7세 여아를 납치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범행을 일으키기 전 PC방에서 피해자 어머니를 만나 "딸들은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는 치밀함도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불안에 떠는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엽기적인 성범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을 '성범죄 공화국'으로 부를 정도다. 실제로 정부에서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경찰청 범죄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하루 평균 무려 53건에 달한다. 2010년보다 6.7%나 늘어난 수치다.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성범죄 대책들이 사실상 효과가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특히 2011년 발생한 총 범죄수는 175만2598건으로 전년보다 3만2778건(1.8%) 감소했는데 성폭력 범죄는 되레 증가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대책 법안들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성폭력 대책 법안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6건),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8건·정부입법 1건 포함),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보호법 개정안(3건), 형법 개정안 등 20여 건에 이르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성범죄를 막기 위해 "결혼을 권장하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수준을 여실히 나타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러다가는 리투아니아의 케디스처럼 더 이상 법을 믿지 못하고 직접 복수극에 나서는 아버지들이 등장하는 '비극'이 국내에서도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딸 가진 부모로써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너무나 불안하다./이국명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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