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의 전쟁
우리는 지금 성범죄와 전쟁 중이다.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상상할 수 없는 성폭행 범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묻지 마 살인'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격적인 성폭행 범이 생겨 사회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다. 4년 전 안산에서 9살 여아를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이 온 국민의 뇌리에서 가시지 않은 채 또다시 나주에서 7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이 일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5년간(2007~2011)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무려 8만186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경찰청은 밝히고 있다. 여기서 11.2%에 해당되는 9189건은 못 잡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9000여 명의 성범죄자가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놀라운 것은 성범죄자가 늘어나면서 수법이 갈수록 횡폭해지고 아동들의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 8년 사이 1802명의 피해아동을 분석한 결과 7세 미만이 36%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성범죄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정부와 국회에서는 성폭행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의 신상공개, 전자발찌 부착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 화학적 거세 방안 까지 제시되고 있다. 지금은 다시 형량을 대폭 강화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대책은 어느 정도 성범죄를 억제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박하다. 성범죄가 늘어나는 요인을 먼저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교육면에서 그토록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프랑스조차 45년 만에 윤리교육을 재개하고 일본에서는 도꾸이꾸(德育)시간을 늘리면서 인성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아직 미온적이다.
또 성범죄를 부추기는 요소를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한다. 우선 온 나라가 성범죄를 부추기는 우범지대나 다름없다. 유흥가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주변이나 주택가에 유사 성매매업소가 즐비하고 심지어 시골 어느 구석까지 티켓 다방 같은 곳이 성업 중이다. 바로 '엘로우지대'가 폭넓게 커지는 대신 '그린지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상 음란물의 홍수시대를 맞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 TV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저질 포르노가 안방까지 파고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판국에 성범죄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형량강화 등으로 성범죄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범죄를 부추기는 퇴폐환경개선이 앞서야한다. 특히 부단한 인성교육을 실천에 옮겨야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나라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