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전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 에너지·환경회의를 열고 '2030년대 원전 가동이 제로가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건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탈(脫)원전을 촉구하는 여론을 수렴해 기존 원전 추진 노선을 전환하고 '원전 제로' 목표를 처음으로 정부 방침으로 밝힌 셈이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상이 하루만에 건설이 중단된 원전의 공사 재개를 허용하기로 해 '2030년 원전 제로' 목표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속으로는 원전 존속을 원하면서도 차기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원전 제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향후 정책이 바뀔 공산도 큰 셈이다.
특히 차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민당의 총재 후보 5명은 모두 '원전 제로'를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은 원전을 축소하기 위해 가동 기간을 40년으로 제한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만 재가동하고,?신·증설 중단 등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일본 정부가 원전 가동기간 '원칙 40년'을 적용하면 현재의 상업용 원전 50기 중 2030년에는 현재의 40%인 20기로 축소되며 2049년까지는 모든 원전이 정지된다.
하지만 원전 존속의 전제가 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사업은 당분간 지속하는 등 새 전략은 모순점도 안고 있다. 탈원전 방침에 대한 경제계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다노 경제산업상은 15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사가 중단된 아오모리현의 오마 원전과 시마네 원전 3호기의 건설 재개와 가동을 사실상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오마 원전과 시마네 원전 3호기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건설 허가가 나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원전의 신·증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08년 5월 착공한 오마 원전은 공사가 약 38% 정도 진척됐으며, 2005년 12월 착공한 시마네 원전 3호기는 공사가 거의 끝났다.
이들 원전에 '수명 40년'이 적용되면 2050년대까지 가동할 수 있다. 이는 새 에너지 정책에서 2030년대에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원전 제로에 대한 의지 없이 탈 원전을 요구하는 여론에 쫓겨 원전 제로 목표를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