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고3 친구와 갈등 중입니다. 계속 만나기는 제가 힘들고, 안 만나자니 얽힌 친구들도 많아 안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너무 고민이 됩니다. 최대한 쾌적한 거리를 유지하며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싶어도, 아예 잠수타지 않는 이상 정말 자주 만나게 되요.
문제는 아예 연락을 끊으면 '좋은 대학 가더니 변했다'고 욕 먹을 거 같은데 그게 싫고 그 친구는 절대 다른 사람 칭찬을 하지 않고 늘 불평하기에 그 '다크 에너지'에 기 빨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항상 기분이 안 좋아요. 그러나 고교시절 즐거웠던 추억 때문에 확실히 정리하기도 힘들고요. 제가 너무 예민한 가요? 친구 입장에선 제가 먼저 연락 안 해서 기분 나빠하지만 연락해서 만나보면 기분 안 좋으니까 다시 연락 안 하는 악순환입니다. (개똥벌레)
Hey 개똥벌레!
대학 들어가서 가장 좋았던 것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친구들과 억지로 친한 척 안 해도 된다는 거였지. 적어도 고등학교 때처럼 한 울타리 내에서 '그룹'만들어 다닐 필요는 없잖아. 고교시절 즐거웠던 추억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박제해놓고 싶으면 오히려 더 만나지 말아야겠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
첫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마음에 들면 사귀고, 그게 아니면 혼자서 지내는 것을 선택해도 되는 것이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금씩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거니까. 둘째, 어른이 되갈수록 고독을 다룰 줄 알아야 해. 맘에도 없는 남자를 만나거나 진심이 안 통하는 여자친구를 만나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낫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해. 셋째,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힘들지만 그것을 못 견디고 반쪽 짜리 화해는 하지 말 것. 그 다음에 더 힘들어져. 그리고 끊어내도 삶은 새로운 속살을 드러낼 거야. 넷째, 싫은 이유를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우정을 위해 변해주길 기대하지마. 마지막으로 기왕이면 '밝은' 사람 만나. '다크'한 애들, 쓸데없이 피곤해.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