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 김소영(40·가명) 씨는 최근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기위해 국산 경차를 2년간 빌렸다. 최근들어 아동을 노린 범죄가 기능을 부리자 남편이 사용하는 중형 세단외에 차량을 한 대 더 구입해 자신이 직접 아이들의 이동과 경호를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세컨드카가 필요했는데 장기렌터카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많아 선택했다. 거의 매일 운행을 하는데 LPG를 쓸 수 있어 유지비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운전면허를 딴 사회초년생 김지영(25·가명) 씨는 2주 전 준중형 세단을 개인장기렌터카 업체에서 장만(?)했다. 차를 살 경우 자동차 보험료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다 취·등록세 등 각종 준조세 성격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 그는 "렌터카는 사고 시 드는 수리비, 차량 관리비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돼 운전 초보에게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사장님의 전유물이었던 렌터카가 빠른 속도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질주하고 있다. 그만큼 '허'자 번호판을 단 차량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인식이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빌려쓰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현실화 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렌터카가 뜨는 이유는 무엇보다 불황의 장기화를 꼽을 수 있다.차를 살 때는 취·등록세, 채권매입비, 탁송비 등 차값 외에 다양한 곳에서 돈이 빠진다. 여기에 자동차보험에 처음 가입하는 사람은 준중형 차를 샀더라도 고액의 보험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개인장기렌터카의 경우 이런 비용이 사실상 없다. 물론 매달 내는 렌트비에 상당 부문 반영이 되지만 할부로 물건을 사듯 비용을 장기에 걸쳐 분납하는 셈이어서 초기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그랜저(HG300)의 경우 할부 구매를 하는 것보다 최대 60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본다.
세컨드카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도 '허'자 번호판을 단 차가 증가한 배경이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세단을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오토 캠핑 등 주말 나들이 붐이 일면서 SUV나 승합차의 수요가 늘고 있다. 주말에 쓰기 위해 차를 추가로 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장기 렌터카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새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지닌 차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장기렌터카 이용을 부추긴다.
새 차를 샀더라도 2~3년 지나면 질리는 게 인지상정. 구매 차량은 복잡한 매매 과정, 차값 깎기 등의 수고를 피하기 어렵지만 렌터카는 계약 기간에 맞춰 반납을 한 뒤 새 차를 다시 빌리면 된다.
하지만 장기 렌터카에는 '주행거리'의 함정이 있다.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가 렌터카를 이용하면 차를 사는 것보다 실제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 렌터카 업체가 주장하는 비용은 최소 '2년·4만km'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운전 성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
kt금호렌터카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들도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장기렌터카를 문의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자동차를 활용한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으면서 렌터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