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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서울 회현 제2시범아파트



서울 회현 제2시범아파트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 사실 이땅의 아파트 역사는 이미 일제강점기 때 시작됐다. 지금의 서울 내자동과 충정로에 미쿠니아파트와 도요타아파트가 들어선 것이다. 그 뒤 한국인의 손으로 세운 첫 아파트는 1958년의 4~5층짜리 '종암아파트' 3개 동이었다.

다만 해방 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라는 것은 꽤 생소한 공간이었다. 집 위에 또 집이 있는 구조가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볼기짝이 번갈아 닿을 수밖에 없는 '양변기'를 공유해야 하는 아파트는 전에 없이 '불경스러운 집'이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가 고작 10분의 1 정도만 분양된 이유 중 하나다.

사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불도저 시장'이라 불린 김현옥 서울시장이 이른바 대량의 '시민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천막이나 움막을 짓고 살던 빈민들에게 아파트를 지어 보급하기 시작한 것인데, 문제는 속도전에만 치우진 나머지 그 질이 형편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1970년 신촌역 근처의 와우산 중턱에 있던 와우아파트가 풀썩 주저 앉아 버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시민아파트 건설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현재 한국에서 시민아파트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그나마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회현 제2시범아파트'정도가 1세대 아파트의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다.

와우아파트가 무너지던 해 완공된 회현 제2시범아파트는 시민아파트가 아니라 명실공히 '시범아파트'였다. 김 시장이 "앞으로는 이 아파트를 본 받아 튼튼히 지으라"며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탓이다. 내부시설도 획기적이었다. 중앙집중난방을 택해 사철내내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으며, '집집마다' 화장실도 갖췄다. 연탄을 땠고 층마다 공동화장실을 두었던 기존의 아파트들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혁신은 '튼튼하다'는 것이었다.

생활하기 편리한 데다 튼튼하고, 지금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자리에 KBS도 있어 은방울 자매나 윤수일, 문호장 씨 등과 같은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던 회현 제2시범아파트... 그러나 적절한 보상이나 이주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아직까지 주민들이 살고는 있지만, 이 아파트도 이제는 영영 사라질 예정이다. 지난 2006년 안전검사에서 위험시설 D등급으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그저 행복의 잣대나 재산 증식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세태이기는 하지만, 남산 자락의 한 허름한 아파트만은 우리의 과거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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