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47% 발언 역풍'에 비틀거리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중 최악의 고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발단은 롬니 후보가 지난 5월 비공개 모금행사에서 했던 47%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그는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는 미국민 47%는 정부에 의존하고 있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자신은 이들에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도 1인당 5만 달러씩 내고 참석한 부자들 앞에서 내뱉은 말이다. 언론은 연일 이를 문제삼고 있고, 일부 공화당 지지자조차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롬니가 지칭한 47% 중에는 공화당에 우호적이었던 은퇴연금 수령자나 남부의 주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롬니 측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롬니는 지난 19일 히스패닉 네트워크 방송에 출연, "100% 미국민을 위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고, (당선되면) 100%를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말을 바꾼 모습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됐다. 일부 언론들은 그를 '미스터 100%'라고 놀리기까지 했다.
그의 러닝메이트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도 피해를 입었다. 라이언은 21일 뉴 올리언스에서 열린 AARP 총회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폐지를 주장했다가 야유를 들어야했다. AARP는 50세 이상 은퇴자들의 건강보험과 권익을 위한 비영리단체다. 자신들을 47%로 매도한 롬니에 대한 괘씸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저녁 롬니는 갑자기 자신의 납세 실적을 공개했다. 롬니 부부가 지난해 1030만 달러를 벌어들여 14%인 194만 달러를 납부했다는 내용이다. 갑부출신인 롬니가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해가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14%는 20%를 납부한 오바마 부부나 일반 직장인보단 훨씬 적은 수치다. 그래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전문가들은 47% 발언이 앞으로 대선 토론 과정에서도 롬니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롬니가 경솔한 발언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