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의 흥밋거리 가운데 하나는 선동열 KIA 감독의 성적이었다. 타이거즈 팬들은 17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무너진 왕조를 세워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다른 팀 팬들도 최강 삼성의 토대를 닦은 선동열이 우승 청부사로 재기에 성공할 것인지 궁금했다.
시즌이 훌쩍 지나갔고, 씁쓸한 가을을 맞고 있다. 선동열의 타이거즈는 4강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8월 초 드디어 4위에 올랐지만 7연패에 빠졌고, 그대로 4강 전선에서 패퇴했다. 타이거즈를 응원했던 팬들은 조금씩 비난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고, 광주구장을 찾는 관중은 격감했다.
왜 무너졌을까. 불가항력적인 요소를 먼저 짚어보자. 김진우·한기주·양현종·심동섭·손영민 등 5명의 1군 주력투수들이 전지훈련에서 다쳤다. 이들은 1군의 필승투수들이다. 이 가운데 김진우만이 유일하게 제몫을 했다. 여기에 이범호(허벅지), 최희섭(허리통증), 김상현(무릎수술) 등 중심타선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과는 또 다른 문제로 경기력이다. 선 감독 스스로 인정했듯 올해 KIA 선수들은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를 남발했다. 엉성한 수비와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무너졌다. 그것도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서 결정적인 실수였다.
활력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부상병 속출과 시즌 초반 하위권에서 출발하면서 분위기가 식어버렸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지속됐다. 주눅이 든 선수들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선 감독은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련을 맞고 있다. 그는 선수 파악이 미흡했다고 자신에게 책임을 물었고,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올해의 문제점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발걸음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재임 3년 이내 우승을 하겠다고 약속한 선동열, 아직은 유효기간이 남아있다. /OSEN 야구전문기자